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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흔들어 허를 찌르는 14가지 속임수

또랑i 2012. 3. 18. 11:25

손자병법 시계(始計) 제1편에 ‘전쟁은 속임수다’(兵者詭道也)라는 말이 있다. 전쟁 자체가 속임수(詭道)라는 뜻보다는 전쟁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속임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어서 14가지의 각종 속임수가 열거되어 있다. 이 내용을 깊이 이해하면 세상의 어떤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①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能而示之不能). ②사용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用而示之不用). ③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近而示之遠). ④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遠而示之近). ⑤이로움을 탐하면 이로움을 보여주어 꾀어낸다(利而誘之). ⑥혼란하면 그 틈을 타서 취한다(亂而取之). ⑦상대가 역량이 충실하면 대비한다(實而備之). ⑧상대가 강하면 피한다(强而避之). ⑨상대가 기세등등하면 격분시켜 흔든다(怒而撓之). ⑩상대가 낮추면 교만해지도록 한다(卑而驕之). ⑪상대가 편안하게 있으면 피곤하게 만든다(佚而勞之). ⑫상대가 서로 친하면 이간시킨다(親而離之). ⑬준비되지 않은 곳을 공격한다(攻其無備). ⑭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나간다(出其不意).

 

여기에 열거된 14가지 속임수를 잘 보면 전부가 속임수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직접적인 속임수도 있지만(①∼④), 상대방을 교란시켜 약화시키는 방법(⑤⑥⑨⑩⑪⑫), 그리고 상대방의 강점을 대비하거나 회피하는 방법(⑦⑧)도 동시에 제시된 것이다. 결국 최종 지향점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상대방의 판단을 흔들어 놓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곳(⑬攻其無備)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⑭出其不意)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손자는 속임수를 합법적인 전쟁의 수단으로 보고 비중을 많이 두었다. 반면에 클라우제비츠는 속임수가 투자 대 효과 측면에서 실용적인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면서 “지휘관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자질은 잔꾀를 부리는 재주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이해력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속임수는 단지 ‘잔꾀’에 불과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미군 역시 군사적 속임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북베트남의 보 구엔 지압은 손자의 가르침에 충실해 교묘한 속임수로 그들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점에서 손자의 통찰력이 클라우제비츠를 능가하고 있다.

 

전시 군사작전에서의 속임수와 평시 생활 가운데 사용되는 속임수는 동기와 목적부터 다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거짓말로 ‘Black Lie’라고 한다. 중상모략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이타적(利他的)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거짓말이다.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셋째는 선의적인 거짓말이다. ‘White Lie’로 불리는 거짓말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나,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거짓말이다. 이웃의 아기를 보고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참 예쁘군요”라고 하는 것이나,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병이 낫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의 경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은 어떤 유형의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세르반테스가 말한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굳게 믿거나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이 주는 효용은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땀 흘리는 수고도 없이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확천금(一攫千金)의 모든 유혹은 대체로 속임수, 거짓말, 꼼수일 경우가 많다. 손자가 말한다. 세상의 리더들이여, 속임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속지 않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한 가지를 명심하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