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별명이 많은 서민의 술이다. 원래는 쌀과 누룩으로 빚어 ‘막 걸러낸’ 술이라 하여 막걸리다. 농사철에 마셔서 농주(農酒), 맑지 못해서 탁주(濁酒), 하얘서 백주(白酒)라고도 불렸다. 배꽃(梨花)이 필 때 막걸리용 누룩을 빚는다고 해서 이화주라고도 했다.
製法은 이렇다. 쌀·찹쌀·보리·옥수수·조 등을 찐 뒤 수분을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는다.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키다가 그대로 걸러낸다. 거르기 전에 대바구니(용수)를 박아서 떠내면 청주(맑은 술), 물을 더 넣어 걸쭉하게 걸러내면 탁주(막걸리)다. 용수는 일종의 체다. 거르지 않아서 밥풀이 그대로 떠 있으면 동동주다. 과거 서민들은 청주보다 탁하지만 양이 많은 막걸리를 선호했다. 걸쭉한 식감만큼이나 영양 만점의 술이다. 발효되는 도중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미네랄과 생리활성물질·생효모·유산균이 생성된다.
이 중 효모는 술의 발효를 도울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열량은 100mL당 46㎉로 콜라·사이다(40㎉)나 맥주(37㎉) 수준이다. 같은 양의 포도주(70∼74㎉)·소주(141㎉)·위스키(250㎉)보다 훨씬 낮다.
알코올 함량(도수)은 6∼7%다. 100mL당 알코올이 6∼7g 함유돼 있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에게 인기 높은 5대 술 가운데 맥주(4.5%)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지만 포도주(12%)·소주(25%)·위스키(43%)보다는 낮다. 일반적인 독주의 기준(알코올 20% 이상)을 훨씬 밑도는 순한 술이다.
그러나 곡주답게 음주 뒤 숙취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포도주 등 곡주·과실주는 소주·위스키 등 희석주·증류주에 비해 숙취가 심하다. 발효균 중에 잡균이 섞여 있거나 발효할 때 아세트알데히드 등 숙취 성분이 생성될 수 있어서다.
막걸리도 술이므로 과음은 곤란하다. 남성은 하루 360mL, 여성은 180mL 이하로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부패균이 좋아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만큼 상하기 쉽다. 냉장고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빨리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생막걸리는 1주일, 열처리한 것은 1달 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열처리한 막걸리엔 유산균이 살아남지 못하므로 생막걸리를 마시는것이 좋다. 그리고 반드시 흔들어 마시는 것이 이익이다. 술병이나 팩 바닥에 가라앉은 소중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다.
동의보감엔 막걸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주재료인 누룩은 한방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한약재다. 한방명은 ‘신곡’이다. 한방에서 신곡은 위·장 기능을 돕는 약재로 친다. 식사 뒤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 한잔을 추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