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2005년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일제 당시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은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13년 8개월 만이다. 애초 1·2심 재판부는 '배상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 1부가 '식민 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뒤집으면서 최종 판단에 6년이 더 걸렸다. 그 과정에서 '재판 지연' 의혹까지 불거졌다.
핵심 쟁점은 1965년 한·일 양국이 국교를 재개하면서 체결한 청구권 협정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이 포함됐는지 여부였다. 협정엔 "청구권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만 명시돼 있고 '배상'이란 말은 없다. 당시 일본이 '배상' 용어를 거부했다. 그러나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일본 자금 중 무상 3억달러는 징용 피해 보상이 감안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제 징용의 손해배상 문제는 사실상 끝났다고 본 셈이다. 그 판단을 내린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에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줄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 일제의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문이 열렸다. 과거 총리실이 파악한 징용 피해자는 15만명에 가깝다. 생존자나 유가족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실제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국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외무성은 "한·일 우호 관계의 법적 기반을 바닥부터 뒤엎는 판결"이라며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 전쟁'까지 불사할 태세다. 한·일 관계가 또 격랑에 휩싸였다. 지금은 북핵 문제와 미·중 간 무역 전쟁의 파도가 동시에 동북아에 몰려오고 있다. 역사·영토 갈등으로 원수처럼 으르렁대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것은 역사 문제와 외교 국익을 구별하는 자세다.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되 한·일 간 신뢰를 다시 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일 정상이 양국 미래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43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