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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기간 韓美훈련 중단?…北에 잘못된 신호만 줄것"

또랑i 2017. 11. 24. 18:31
'한반도 외교통' 스트라우브 전 美국무부 한국과장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63)은 미국인 중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한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그해(1979년) 서울에 첫발을 디딘 이후 한반도 문제에 40년간 천착했다.

한국인 아내를 둔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미 국무부에서 한국말을 가장 잘하는 외교관으로 통한다.

2002년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에게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던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의 뉘앙스를 알아차린 것 역시 스트라우브였다.

제네바 4자회담(1996~1998년)과 1~3차 베이징 6자회담(2004년~2006년)에 참여했고 은퇴 뒤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방북해 억류된 미 여기자를 석방했던 그를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모두 한국말로 했다.

"어려우면 영어를 쓰겠다"는 그였지만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막힘은 없었다.


―한국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억제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은 수십 년간 핵 개발을 해왔다.

단순한 제스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 한미 동맹의 '알맹이'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북한이 동계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한미는 동맹이다.

긴장 완화를 위해 한국이 이 정도 요청은 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다만 지금 북한 문제를 직시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공법을 두고 우회해 간다는 인상이 든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평창올림픽 참가에 영향을 미칠까.
▷특별한 영향은 없다.

문재인정부가 이미 제안을 했고 결정은 북한에 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은 수십 년간 핵만 보고 달려왔다.

단순한 이벤트나 제스처로 해결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꺼내들었다.

한국의 동참도 요구했다.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유보한 문재인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 '슬로건'에 가깝다.

문재인정부는 시간을 갖고 다른 국가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전략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문재인정부가 첫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했다(24일 기준 트럼프 행정부는 7번, 문재인 정부는 1번 북한을 독자 제재했다).
▷문재인정부가 정말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고 싶다면 비핵화 협상을 위해 전 세계에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해야 한다.

제재는 북한과 협상을 앞당기는 가장 효과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이다.

대북 관여 정책을 추구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 준다면 전 세계가 한국 정부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더욱 높이 살 것이다.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두 명의 미국 기자 석방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맨 오른쪽이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이다.

[매경 DB]

―북한이 지난 두 달간 도발을 중단했다.


▷왜 도발을 멈췄는지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조지프 윤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북한이 태도나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지프 윤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그래도 대화를 말한다.


▷조지프 윤(미 6자회담 수석대표)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마이너리티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원치 않을 테고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북한이 그런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은 없을까.
▷(숨을 들이쉬며) 지금 북한은 단순한 핵 보유 주장을 넘어 핵을 직접 쓰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될수록 오판의 가능성은 커지고 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당히 위험하다.


―북핵 위기를 돌파하려면 제2의 '지미 카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미 카터의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웃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누가 북한을 만나는지가 아니다.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핵 위기를 해결했다는 주장도 잘못된 신화에 가깝다.


―JSA 북한 귀순 병사 영상을 봤는가.
▷너무나 불쌍했다.

무엇 때문에 총탄을 뚫고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넘어왔겠는가. 북한은 배고픈 사람이 정말 많은 국가다.

핵·미사일 실험과 주민의 억압을 제외하고는 잘하는 것이 없는 엉망인 국가다.


―미·중 빅딜설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데.
북핵 위협이 고조된다고 해도 한미 동맹은 깨지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던 소련을 억제하며 유럽과 동맹 관계를 강화해왔다.

·중 빅딜설은 한미 동맹의 디커플링 현상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전제가 틀렸으니 가능성도 없다.


―한미 관계에 대해 조언하자면.
▷사실 한반도에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래서 난 문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응원한다.

트럼프와 함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과거 '햇볕 정책'이 지금 현실과 맞지 않고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은 변했다.

역사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He is…
△1954년 미국 켄터키주 출생 △1976년 루이빌대 정치학·하버드대 국제관계학 △1979~1984년 주한 미국대사관 △1984~1986년 미 국무부 한국과 △1996~1998년 미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 △1999~2002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2002~2004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 △2008~2016년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 △2017년~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위원 △대표 저서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