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지진에 약한 모습 보인 필로티
기둥 내진 성능의 문제 아니라
서민주택 정책 난맥상의 단면
필로티 탓으로만 몰지 말아야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경북 포항 지진으로 국민은 생소한 건축용어 또 하나를 학습하게 되었다. ‘필로티(pilotis)’다.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는 1층이 벽 없이 기둥으로만 지어지는 건축 구법(構法)을 일컫는다. 많은 언론이 필로티 건축의 구조적 위험성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이는 범인을 잘못 고른 것이다. ‘필로티 구조’가 아니라 내진 성능이 없는 ‘필로티 기둥’이 문제다. 또한 불행하게도 필로티 여부를 떠나 대부분 국내 소형 건축물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나 자동차 사고로 머리를 다치는 것은 과학적으로 같은 공식으로 설명된다. 뉴턴의 운동 제2 법칙, 즉 ‘F=m·a’(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다. 지진의 정체는 가속도다. 땅이 좌우·상하로 흔들리면서 만드는 가속도는 건물이라는 질량을 만나 힘이 되어 건물을 파괴한다. 자동차가 충돌해 순간적으로 속도가 변할 때도 마이너스 가속도가 생긴다. 이것이 머리라는 질량을 만나면 힘이 된다. 머리의 입장에서는 차 유리가 이 힘으로 때리는 것이고, 유리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날아와 치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다. 벨트는 머리와 유리가 부딪칠 거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종 뇌진탕이 생기는 것은 두개골 안에 떠 있는 뇌가 머리뼈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뇌의 질량이 가속도를 만나서 힘으로 바뀌는 것이다. 필로티는 사람으로 치면 목이 가늘고 머리가 큰 경우다. 이 사람의 목은 자기 머리 무게는 지탱할지라도 펀치에 대해서는 목이 굵은 타이슨보다 약할 것이며, 차 사고에서도 취약할 것이다. 따라서 필로티 건축의 기둥은 건물의 무게를 버티는 동시에 지진 같은 횡력에 저항하는 역할도 겸하도록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2005년 이전에는 거의 모두 3층 이하 건물의 기둥은 수직 하중만 고려해 설계하도록 했다. 이 기준대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지진에 목이 부러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다만 필로티가 유독 누명을 쓰는 것은 벽 건축과 달리 여유치(횡강성)가 더 적었기 때문이며, 벽 같은 은폐물이 없어서 바로 균열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고를 통해 목숨과 직결되는 배움을 얻는 현실이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채 거듭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평형수’ 학습을 했다. 그러나 세월호 범인이 평형수라 하지는 않는다. 책임은 평형수를 뺀, 그리고 빼도 되게 만든 사람들의 몫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