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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해결의 골든타임

또랑i 2017. 11. 9. 18:19

 

 

차세현 중앙SUNDAY 차장

차세현 중앙SUNDAY 차장

 

최근 한·미·일 3국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년 이상 쳇바퀴를 돌고 있는 북핵 문제의 큰 줄기가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잡힐 것이라는 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부터 내년 봄까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제시했다.
 
골든타임의 첫째 조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가 없는 북핵 해결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는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다”며 “우리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행정부이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9세기 독일 통일을 달성한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말한 ‘강자는 망설임으로 힘을 잃고, 약자는 대담함으로 강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북핵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올린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4년마다 대선이 치러지는 미국에서 어떤 현직 대통령도 자신의 최우선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재선에 나선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전통적 후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타깃으로 잡았다. 한편으로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인도·태평양 연합으로 중국을 포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주도의 ‘평화적 압박 캠페인(peaceful pressure campaign)’에 두 나라가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골든타임의 또 다른 조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권력 강화에 성공한 시 주석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문화혁명 기간 하방(下放) 생활에서 땅에 떨어진 밥에서 몇 시간씩 모래를 골라내 허기를 면해야 했던 시 주석에게 ‘중국몽(中國夢)’ 실현은 필생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9일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적인 회담이 될 것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중의 합동작전이 시작될 수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제안한 김정은 체제 붕괴와 비핵화, 주한미군 철수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미·중 간 전략적 타협의 밑그림을 탐색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한국을 우회(skipping)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끌어냈다. 11일 한·중 정상회담과 연내 추진 중인 중국 방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중국의 속내를 파악해야 한다. 골든타임이 임박해서다.

[출처: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북핵 위기 해결의 골든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