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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광풍

또랑i 2016. 10. 12. 14:33
중국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분다. 기자가 사는 베이징 외곽의 아파트 단지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으로 치면 45평 아파트의 최근 매매가가 1500만위안(25억원)이다. 한국 서울 압구정동 50~60평대 아파트 수준이다. 올봄만 해도 1000만위안(17억원) 안팎이었는데 반년 만에 50%가 뛴 것이다. 그런데 이 가격으론 뉴욕 맨해튼보다 비싼 베이징 명문 학군이나 도심 아파트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고 한다.

집주인들은 대개 2000년대 중후반 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다. 당시 매매가는 120만~150만위안. 대출 80%를 빼면 24만~30만위안(4000만~5000만원)만 쥐어도 될 때였다. 그들 가운데 한국의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도 있다. 대출을 잔뜩 당겨 집을 사놓고는 바다 건너 품팔이로 빚을 갚아 나갔다. 그들의 '인생 역전 대박'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들을 한국 최상위 1% 부자들 부럽지 않게 해 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굴기가 부럽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중국 부동산 상승세는 한국 교민 사회도 뒤흔들었다. 많은 베이징 교민이 허베이(河北·우리의 경기도에 해당)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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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조선일보 DB
하지만 중국도 한국처럼 아파트가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뿐이다. 중국에도 부동산 상승세에 누구나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년 전 후진타오 정권 때가 그랬다. 비록 빚을 내야 했지만 월급쟁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대출금 꼬박꼬박 갚는 사이 집값이 알아서 올랐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사회로 나선 젊은 층은 이런 방식의 재테크를 꿈도 못 꾼다.

얼마 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인터넷판에서 '우리는 집 대신 손(手·노동을 의미)을 믿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가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았다.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돈을 버는 세태를 비판한 글이었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핵심 경쟁력은 아니다." "우리는 치솟는 집값 때문에 땀 흘려 일한 노동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런 공자님 말씀에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소득 거의 전부를 치솟는 세금과 집세로 날려버리는 현실을 모르는가?" "그런 부당한 구조를 놔두고 무슨 헛소리냐?"는 울분 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지도를 보면, 활활 타고 있는 소수의 아랫목 지역과 광활한 냉돌 지역이 확연히 나뉜다. 베이징·톈진과 상하이·선전 같은 대도시와 동·남부 해안지역 등 오르는 곳만 더 오른다. 중국에서 가장 잘사는 이들 지역의 주민 1인당 GDP가 가장 가난한 간쑤(甘肅)성 주민의 5배일 만큼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지며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데 돈은 잘사는 동네로만 흘러들어 '베이징 불패론' '상하이 불패론'을 낳고 있다. 중국은 이런 불만을 일단 억누르고 있다. 인민일보 칼럼에 달린 날 선 댓글들도 속속 삭제됐다. 하지만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중국 사회 통합의 힘은 약화되다가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할 수도 있다. 불경기 속 부동산 광풍이 부는 우리라고 그런 중국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는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