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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 경제, 이제는 毒이다

또랑i 2016. 9. 7. 14:13
김종호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장 사진
김종호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장

 

스마트폰 사용자는 과거 피처폰을 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요금을 낸다. 월 5만1000원, 6만9000원 등 정해진 요금을 내기로 미리 통신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에 맞춰 음성과 문자, 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한다. 하지만 미리 정한 요금에 딱 맞춰 주어진 통신 서비스 용량을 모두 사용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조금만 초과해도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냈던 피처폰과 비교하면 현재의 스마트폰 요금제는 통신 회사에 매우 유리하고 소비자에겐 아주 불리하다. 통신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챙겨가는 막대한 수익은 명백한 부당이득이다. 통신 요금이 이렇게 바뀐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認可)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보다 대형 통신사에 유리하게 요금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국산 대표 중형차 LF쏘나타는 배기량 2000㏄급 가격이 2255만~3190만원이다. 직전 차종인 YF쏘나타와 비교하면 모델별로 263만~340만원 비싸다. 현대차는 쏘나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수백만원씩 인상했다. 그랜저, 제네시스 등 다른 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은 1998년 정부가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용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명백한 독과점 기업이 돼 차 값을 올리고 협력 업체의 부품 납품 단가는 후려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큰 폭의 자동차 가격 인상을 허용한 셈이다.

정부가 40년 넘게 추진해온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이 한계에 다다라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과거 한국 경제는 정부가 중화학 업종의 대기업을 육성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대기업의 급속한 성장은 관련 중소기업을 동반하고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중산층을 확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은 성장이 둔화됐다. 대기업은 상시 구조조정으로 고용을 줄이고, 중소 협력 업체의 납품 단가를 과도하게 깎으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던 낙수(落水) 효과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사로잡혀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올여름 불볕더위로 실체가 드러난 '전기요금 누진제'는 대기업 중심 정책의 극치를 보여줬다. 정부는 가정용 전기에는 누진제를 적용해 폭탄 요금을 부과하면서 산업용에 대해서는 가정용보다 저렴한 요금을 받아왔다. 폴크스바겐 배출 가스 조작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한국에선 대기업의 잘못으로 소비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봐도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확인시켰다.

대기업에 쏠린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소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그 결과 대다수 소비자는 가처분소득이 줄고 내수 경기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심하게 기운 정책의 추를 소비자와 중소기업 쪽으로 옮겨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두 가지 소비자 보호책이나 중소기업 진흥책으로 될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 치우친 정책을 통째로 바꿔야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