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재앙, 멕시코만 원유유출사고
미국 멕시코만 해저에 뚫은 유정 하나가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석유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가 난 뒤 이달 27일까지 7200만L에서 최대 1억4800만L의 원유가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기름이 1240만L 정도였으니 이번 사고의 피해가 얼마나 클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지역이 다음 달부터 6개월간 허리케인 시즌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더구나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허리케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은 허리케인이나 연쇄적인 열대성 폭풍이 발생할 경우 멕시코만 해저에서 새고 있는 원유가 해상으로 더 많이 올라오는 것은 물론 해안 쪽으로 대거 밀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전문가는 기름띠가 남쪽으로 흘러 멕시코 만류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기름 유출 사태로 미국산 해산물의 대부분과 바다에 서식하는 수백만 종의 동식물 등 생태계 전체에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989년 엑존 발데즈 기름 유출 당시 유출된 기름이 알래스카의 암석 해안을 덮쳤던 것과는 달리 이번 기름 유출은 청소가 어렵고 바닷물의 이동이 적은 습지대로 구성된 해안선 지역을 덮칠 것으로 예상돼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안선 습지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습지대는 파도의 강도가 약하고 토양 속 산소 함유량이 낮아 이번 기름 유입으로 인한 피해는 수십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출된 기름이 20년에 걸쳐 퇴적되면서 실로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번 기름 유출 사태의 최초 피해자는 루이지애나의 어부들이다. 이들은 석유시추시설 폭발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미시시피강이 만들어낸 천혜의 삼각주 습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풍요롭던 어장은 하루아침에 흑갈색 기름 덩어리로 뒤덮였고, 죽은 물고기만 배를 허옇게 드러낸 채 떠다니고 있다.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 지역은 확산되고 피해자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시추시설이 폭발, 붕괴하면서 시추파이프가 부러져버리는 바람에 발생한 이번 사고는 오늘 5월 30일 톱 킬, 즉 강력한 압력으로 진흙과 시멘트 같은 성분을 밀어넣는 방법이 사흘간의 시도끝에 실패로 끝이 났고 이제 같은 구역에 또 다른 시추공을 뚫어 새 나오는 기름의 압력을 떨어뜨려는 방법을 사용해야한다. 이럴 경우 적어도 서너달이 더 걸리기 때문에 20년전 알래스카 해상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스 유출사건을 능가하는 사상 최악의 오염 사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