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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원하는 건 리비아식 아닌 파키스탄식

또랑i 2018. 5. 29. 19:34

북한은 '리비아식'이라는 말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킨다. 국가 원수 카다피가 모든 핵 프로그램을 넘겨줬는데도 미국이 현지 반군과 결탁해 정권을 무너뜨린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토굴에 숨어 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라크 모델도 북한에는 끔찍하다. 후세인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사찰단도 받아들였는데, 정권이 붕괴하면서 교수형을 당했다. 그래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파키스탄식이다. 핵 억지력은 온전히 보전하면서 얻을 것은 최대한 얻어낸다는 심산이다.

 

파키스탄은 1970년대에 핵무기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자국보다 강력한 라이벌인 인도를 저지해야겠다는 바람이 동기가 됐다. 1998년 핵실험에 성공했고, 현재는 약 14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다. 중거리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단거리용 전술시스템도 확보하고 있다

 

북한과 파키스탄은 중요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우선 과거 같은 국가의 일부였다가 현재는 훨씬 더 강력한 민주국가가 된 한국·인도와 지속적 대립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비공식 동맹국으로 재래식무기를 거래하며 핵개발에도 협력해왔다. 북한은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 중에도 우라늄 농축 기술을 넘겨받는 등 핵개발을 지속했고, 파키스탄에서 북한 대신 핵실험을 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북한 관점에서 파키스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핵무기로 인도를 억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60~70년대엔 연거푸 굴욕적 패배를 당해 영토를 빼앗기기도 했는데, 핵무기가 대규모 침공 가능성을 제거해줬다.

 

서방 국가들이 조심스럽게 대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미국은 수십억달러 상당의 군사·경제 원조와 함께 비축 핵무기에 필요한 물질적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유일한 핵 보유 이슬람 국가라는 국제적 위신도 얻었고 국내적으로는 정권 기반이 더 탄탄해졌다.

 

김정은은 후세인이나 카다피와는 전혀 다른 이런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놓고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8/20180528034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