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과 조선의 기원
한국인을 의미하는 용어로 가장 오래 남아있는 말이 조선과 고려이다. 조선이라는 명칭은 고려(고구려)보다는 포괄적이다.『구당서』나 『진서』, 고자(高慈)의 묘비명 등에서 보이듯이 고구려인이나 동호인도 조선인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사서를 통해보면, 수천년에 걸쳐 현재의 허베이(화북)-요동·만주-한반도 등에 사는 민족을 한역(漢譯)하여 조선이나 숙신으로 불렀고, 숙신은 다시 식신(息愼), 직신(稷愼), 제신(諸申), 여진(女眞), 주신(珠申) 등으로 불렀다. 다만 여러 선각들은 숙신에서 조선이 파생된 것으로 보지만 조선이 숙신보다도 이전부터 있었고, 조선·직신·숙신 등이 혼용되었으며 조선이라는 말이 숙신이라는 말보다는 훨씬 범위가 크고 조선, 숙신이 같이 나오는 기록이 없어 숙신은 조선의 다른 표현이거나 서로를 대신하는 말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선에서 숙신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의 또 다른 표기인 쥬신이란 용어를 가장 오래 쓴 사람은 만주족과 한국인으로, 이들은 이것을 국호로 삼았다. 한반도의 조선과 칭기즈칸의 천명을 받은 청 태종이 제위에 올라 이룩한 청나라의 초기 공식명이 '대쥬신제국(Yeke Jüsin Ulus)'이었다. 이 말을 한역하면 대조선제국, 대숙신제국, 대주신제국(大珠申帝國) 또는 대제신제국(大諸申帝國)이 된다.
쥬신(Jüshin)은 조선과 숙신과 관련된 여러 말들을 대표할 수 있는 발음이기도 하다. 참고로 선조때 간행된 『맹자언해』에서는 주(珠)를 '쥬'로 표기하고 있고『만주실록』에는 주선구룬(Jušen Gurun)이라는 말이 있는데 '쥬신의 나라'라는 의미이다. 조선, 숙신, 식신 등으로 기록된 말은 다시 직신, 제신(諸申), 여진(女眞), 주신(珠申[쥬신]) 등으로 사용되거나 물길, 말갈, 왜, 옥저, 일본, 야마도(日本) 등으로 확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대표 발음이 쥬신이다.
결국 쥬신이란 말은 동북아시아 고대 역사무대를 달린 주체들 가운데 오늘날 한족 또는 중화민족이라 일컫는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족들을 가리키는 명칭이며 그들을 하나로 묶는 큰 범주다. 거기에는 몽골, 흉노, 말갈, 선비, 부여, 맥, 여진, 숙신, 동호,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왜 등이 포함되며 발해, 원, 요, 금, 후금, 청, 몽골, 일본, 조선 같은 개념으로도 포착된다.
쥬신과 같은 말인 조선의 의미는 뭘까?
순록의 주식인 이끼인 선(蘚)이 자라는 산을 선(鮮)이라 한다. 조선(朝鮮)의 ‘조’자는 ‘아침’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고 ‘찾음’을 뜻하는 글자로 흥안령 선비족 기원지와 길림성 조선족 자치구의 현지인들은 쓰고 있다. 또 ‘중국어사전’을 참고해 보면 ‘조선’이 이끼(蘚)가 나는 새 땅을 찾아다니는 ‘순록 유목민’을 의미하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토속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 곧 쥬신은 모든걸 순록에 의존해서 사는 순록유목민을 이르는 말이다.
고려나 고구려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
현재를 기준으로 본다면 쥬신족들 가운데 가장 알타이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몽골 쥬신(몽골)이다. 북방 유목민 가운데 오직 몽골만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남겼는데 그것이 유명한 『몽골비사』이고 그 책에 알랑-고아의 설화가 있다. 알랑 고아의 설화내용은 고구려건국신화에 나오는 유화부인의 그것과 똑 같다. 알랑-고아의 아버지는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인데 이 뜻은 코리족의 선사자(善射者)라는 의미이다. 이 선사자라는 말을 알기 쉽게 고치면 주몽(朱蒙)이라는 말이다. 주몽이란 활의 명인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알랑-고아의 아버지는 고주몽(高朱蒙 : 코리족의 명궁)이라는 말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 메르겐에서 신라의 마립간[(麻立干 : 마루(宗) + 칸(汗)]이 나왔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몽골비사』에 보면 "코릴라르타이-메르겐(고주몽)은 사냥을 즐겨했는데 이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따로 떨어져 나와 코릴라르(Khorilar)라는 씨족을 만들었다. 보르칸칼돈 산은 사냥감이 많아서 오랑캐들인 신치-바얀의 땅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의 딸인 알랑-고아는 아리-오손(아리수)에서 태어난 것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코릴라르는 몽골학자 가담바에 의하면 코리족에서 갈라져 나온 부족의 명칭이라고 한다. 이 명칭은 주몽이 코리 부족에서 일단의 지지 세력을 이끌고 남으로 이동하여 나라를 세운 뒤 국명을 코리의 한 나라임을 나타내기 위해 고(高 : 으뜸) 구려(Kohri)라고 부른 것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칭기즈칸의 후예로 알려진 바이칼의 부리야트족들은 바이칼 일대를 코리(Khori)족의 발원지로서 보고 있으며 이 부리야트족의 일파가 먼 옛날 동쪽으로 이동하여 만주 부여족의 조상이 되었고 후일 고구려의 뿌리가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재승 선생에 따르면 이런 얘기는 동몽골이나 바이칼 지역에서는 상식적인 전설이라고 한다. 심지어 동명왕을 코리족 출신의 고구려칸(Khan)이라 부른다고 한다.
즉 고려나 고구려는 바이칼호인근에선 순록을 기르며 살던 코리족의 부족명에서 비롯된것이다.
한민족의 ‘알타이-사얀산맥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는 주채혁 교수에 의하면 알타이와 그 동쪽의 사얀산맥의 유목 민족이 만주 싱안(興安)령 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2003년 1월, 아메리카 인디언도 알타이-사얀 지역에서 기원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리아 자하로프 교수(모스크바대학 : 유전학)는 러시아 내 유목민족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해 보고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은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2만5천년∼4만 년 전 시베리아 사얀지방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알타이, 동쪽으로는 바이칼호 일대에 살다가 베링해를 건너갔다”고 주장한다. 알타이 지역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타이 유적인 파지리크 무덤이 있다. 이 무덤은 적석목곽분으로 최몽룡 교수(고고학)에 의하면 고신라의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최몽룡 교수는 알타이 지역에 사는 투르크계와 몽골계 원주민은 우리 민족과 사촌관계라고 단언한다.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뻗어 내려 형성된 대쥬신은 지난 수천년 동안 흉노제국, 북위 및 고구려제국, 몽골제국, 금, 후금(청) 등과 같은 대제국을 건설하여 동아시아 대륙을 통솔한것이다. 굳이 알타이 동부라고 하는 이유는 알타이 서부 지역인들은 유럽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흉노ㆍ돌궐ㆍ훈족이 초기에는 같은 형제들이겠지만 알타이 서부지역에서는 유럽으로 진출하고 알타이 동부지역은 주로 중국이나 허베이-요동-요서-만주 등으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던 바이칼호 사얀지역에서 순록을 키우며 먹고살던 유목민들이 그 혹독한 빙하기에서 살아남아 일부는 아메리카인디언이 되고, 일부는 훈족이 되어 유럽을 유린하고, 일부는 남하하여 한민족이 되고 일본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중국의 지도층을 이루고있는 중국북방지역민들도 당연히 순록에 의존해 살던 조상으로부터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