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지난주 내게 비사(秘史)를 얘기했다. 클린턴 대통령 방북 추진을 위해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올브라이트: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정일: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면서) “우리 한국인(남북한 모두 포함)에게는 착한 이웃이 없다. 중국·러시아·일본은 항상 우리를 위협하고, 영토를 욕심냈다. 우리는 영토를 욕심내지 않는, 멀리 있는 강한 친구를 갖고 싶다. 한국(남북한)엔 미국과 친구가 되는 것이 이익이다.”
물론 미국 손님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지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인혼은 “사드 보복을 보니 중국은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bully)’가 됐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 등 3노(No)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합의문 어디에도 사드 배치가 북핵에 대비하는 주권적 조치라는 입장은 담겨 있지 않았다. 중국의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HO)에 제소하지 않은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핵과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밀면 밀리는 만만한 나라가 됐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13조~20조원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한국의 공식 대응이 없어 다른 나라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면 중국이 쉽게 제2, 제3의 사드 보복을 할 수 있다. 명백하게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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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렇게 두려운가
또랑i
2017. 11. 20. 12:45
치명적 사드 보복 당하고도
중국을 WTO 제소 안 한 건 문제
김정일도 ‘위협하는 이웃’ 간주
야심 없는 미국과 더 가까워져야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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