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남북관계를 분리하자는 위험한 주장
남북관계 개선을 '절대선' 놓고 北核 용인하자는 논의 모락모락
핵무기가 방어·공격용 따로 있나… 한국 겨눠도 "타협하자" 할 건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100일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한 대북(對北) 유화론자들의 주장은 점차 변해 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절대선(絶對善)이자 목표로 생각하는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거듭되는 도발로 미국과 북한이 강경 대치 국면에 접어들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법이 달라져 온 것이다. 북한이 한 걸음씩 강하게 밀고 나올 때마다 한국과 미국이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마침내 낭떠러지 위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이 먼저 내놓은 북핵 해법은 '북핵 동결을 입구로, 북핵 폐기를 출구로 하는 협상'이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협상에 나서고 경제 지원과 평화 협정을 통해 북한의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보장하면서 북핵 폐기를 유도하자는 주장이었다. 핵무기의 '동결'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북핵의 계속 개발을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힘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뒤인 7월 4일 북한이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핵 동결'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자 그들의 주장은 바뀌었다. 마침 미국 일각에서 1962년 쿠바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이 벼랑 끝에서 협상으로 타결한 것을 예로 들며 미·북 협상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에 편승해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 맡기자고 했다.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갔으니 '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을 전제로 한 북핵 동결'을 출구로 삼자는 미국 일부 전문가의 제안이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발상에는 '장거리 미사일 없는 북핵'이 미국과 한국에 주는 위협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대한 고려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며칠 전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를 연계하지 말고 분리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는 북핵 해결보다 반 보 정도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미·북의 극한적 대치 상황이 누그러지면 문재인 정부는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대북 유화론자들은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빠진 채 진행된 북핵 협상 결과 미·북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 북핵이 한국을 겨눈다면 그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북한에 속았다. 이제라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할까 아니면 "전쟁과 민족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타협해야 한다"고 말할까. 그들은 북핵이 공격용으로 사용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비책을 갖고 있는 걸까.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답은 별로 없다"고 '천기'를 누설하는 집권 여당 외교통의 발언을 보면서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5/20170815018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