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무지막지하게 난해하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며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가 대학 교수들을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엿먹일 책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 책이 출시된 이후, 수많은 영어권 문학 교수들은 이 책을 연구하는 데 인생을 바쳤다.
연구자를 엿먹인 대표적인 사례로, 마지막 장의 마침표 에러가 매우 유명하다. 마지막 챕터에는 마침표를 포함하여 어떠한 문장부호도 적혀 있지 않은데, 초판에서는 마지막 챕터 마지막 문장에 아주 큰 점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수많은 학자들이 덤볐고 많은 수의 논문도 발표되었으나, 정작 작가 자신이 '나 마침표 찍은 적 없거든. 인쇄오류라능...'이라 밝히고 꽤 많은 연구자들을 엿먹인 적이 있다.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극악무도한 것을 사용했다. 18장의 챕터 모두가 오디세우스 신화에 나오는 모험에 모두 대입되며, 이런 난해한 심볼과 의미들이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을 따라 마구 흘러나온다. 음향과 분노에서 이런 테크닉이 읽기 좀 난해하다 싶은 정도로 나온다면 이 책에서는 충격과 공포급이다.
작품 구조는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몇 겹에 걸쳐 은유와 비유로 오디세이아를 따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들이 패러디되거나 모티브를 따 왔기 때문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매우 잘 이해한다면 재밌을지도 모른다. 사실 기본구조는 오디세이아에서 뽑아 왔지만, 등장하는 상징물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 웬만한 율리시스 책은 방대한 서평이 실려 있거나 아예 학생용으로 뒤에 엄청난 양의 해설이 담겨 있는 것도 많다. 번역이 아예 불가능하다고까지 불려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다른 작품인 피네간의 경야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단어, 구조, 문체까지 모두 함축된 깊은 뜻이 있다.
아무 사전지식 없이 한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난해하다 못해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에 가까운 문장만 잔뜩 보게 될 것이다. 영어 원어민 역시 전공자가 아닌 이상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영어사전에 없는 단어가 마구 튀어나오며(그 중 상당수는 조이스 자신이 만든 단어이다),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이 난무한다. 심지어 아이의 출산과정을 다룬 챕터에서는 고대 영어로 챕터를 시작하여 서서히 문체를 바꿔 가다 20세기 미국 흑인 영어로 마무리한다.
배경지식 없이는 해석 자체가 어려운 작품이므로, 잘 모르겠다 싶으면 관련 논문과 함께 읽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배경지식으로는 성경, 셰익스피어(특히 햄릿), 신곡, 조이스의 전작 '더블린 사람들'(율리시스에 재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율리시스의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여기서도 주인공),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이 책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서, 온갖 인문학적 알레고리와 사회과학적 함의를 담아 책을 읽으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의 영문과에서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