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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前 美 국방장관 “한국 핵무장 주장은 최악의 선택”
또랑i
2016. 11. 15. 21:18
“북한의 비핵화는 현재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도 핵무장하자는 일부 보수파의 주장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윌리엄 페리(89) 전 미국 국방장관이 핵과 전쟁의 일화를 돌아본 회고록 ‘핵 벼랑을 걷다’를 한국에서 출간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은 없지만 협상을 재개해 핵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추가 개발, 성능 향상, 기술 이전 등을 자제하는 대신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주권국가이고 사실상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만 핵무장 주장은 체스에서 다음 수를 생각하지 않는 최악의 수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과 대만은 물론 중국이 더욱 강력한 핵무장을 하는 도미노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수학자 출신으로 디지털 정찰기술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1962년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처음으로 공무를 맡은 이후 77년 카터 행정부에서 기술담당 차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스텔스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등 첨단 스마트무기 개발을 이끌었다.
이후 스탠퍼드대 교수와 국제안보 군축연구소장을 역임한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1차 임기 때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94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둘러싼 위기 때 그는 폭격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그를 ‘전쟁광’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는 이면에선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는 등 ‘온건한 합리주의자’였다. 클린턴 재선 이후 장관직을 사직했으나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금창리 핵 의혹시설 문제 등으로 사태가 복잡해지자 대북정책 전반을 검토할 조정관으로 다시 발탁됐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한·미·일 3자 공동 프로젝트인 ‘페리 프로세스’를 이끌어냈다.
그는 “2001년 부시 행정부 들어 대북정책 노선이 바뀌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중단됐다. 이것은 북한 핵실험의 도화선이 되었다”면서 “한국에서 반북 성향의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민간 외교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사실상 미국의 거부로 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2003년 시작돼 13년째인 6자회담은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핵무기 개발을 통해 정권 보장, 국제사회 인정, 경제상황 개선을 이루려 한다. 앞의 두 가지는 목표를 이룬 만큼 경제상황 개선을 놓고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한·미·일이 먼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북 전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페리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동안 동맹을 파괴하는 듯한 발언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대통령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