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1.25%의 사상 최저금리 시대에도 은행예금이 한 달 새 20조원 넘게 늘어났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세금 떼면 연 1%도 못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은행 통장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저축의 역설’ 우려도 나온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6월 말 현재 예금은행 총예금은 1200조9007억원을 기록했다. 5월 말 1180조8705억원에 비해 20조302억원 늘었다. 올 상반기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1180억원대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했는데, 6월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하되자마자 예금이 더 늘어나 1200조원을 넘어섰다. 주체별로 보면 가계가 573조원으로 전달보다 4조원 가까이 저축을 늘렸다. 기업은 357조원으로 16조원 넘게 예금을 늘렸다.
경제학에선 이를 ‘저축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불확실성과 노후 불안에 맞닥뜨린 개인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데, 경제 전체로는 유효 수요가 줄어들어 내수 침체로 치달아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 때문에 “소비가 미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저축 팽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의 올해 가계저축률 추정치는 8.66%로 OECD 5위를 기록했다. 스위스(20.13%) 스웨덴(16.45%) 룩셈부르크(17.48%) 독일(10.38%) 다음이다. 반갑지만은 않다. 저축률이 올라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 고용을 늘려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이전해 주어 가계 소비를 일으키는 재정 정책이 우선 대안으로 꼽힌다. 통화당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금리 정책도 필요하다. 대기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유도 필요성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대강 기억으로 SOC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대체수요를 만들어 내는데 SOC만큼 효과 빠른 대책도 없다”고 조언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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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갈 곳 없는 돈’의 역설
또랑i
2016. 9. 7. 15:09
한 달 새 은행예금 20조원 넘게 늘었다… 초저금리 시대 ‘갈 곳 없는 돈’의 역설
6월 가계 4조·기업 16조 ↑ 금리 인하하자 더 증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