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중 간 관계 개선 합의 이후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사드 문제는 이제 봉합됐다"고 하지만 중국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선 한국 측의 합의 이행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합의 이행 조치와 관련해선 양국이 향후 군사 채널을 통해 대화하기로 했지만,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를 중국에 겨냥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할 전망이다.
1년 반 가까이 이어진 사드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내세운 논리는 북핵 방어 목적의 무기 도입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주권 침해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갈등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
중국 학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사드는 한국의 무기가 아니라 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체계"라며 "한국이 자체 개발하거나 수입한 것이라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운용 주체가 미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안전 이익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약속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해 한중 양국이 벌이고 있는 막판 줄다리기도 이런 불신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결정권을 갖고 운용하는 무기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안전장치`를 제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미국에 대신 해달라고 하는 모양새도 우습다.
북한이 처음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벌써 20년 전이다. 1998년 대포동 1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최대 사거리 2500㎞로 일본 전역은 물론 괌에 있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까지 위협받게 되자 일본은 이때부터 미사일 요격체계 개발을 시작했다. 북한의 제1차 핵실험도 11년 전인 2006년에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군의 대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에 한참 뒤처졌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 이제서야 핵잠수함을 개발하니, 첨단 정찰기를 수입하니 정신이 없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만 하더라도 2006년에 입안해놓고 무기화를 완성하려면 아직도 5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재래식 병력으로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올인한 것은 벌써 20년 전인데 우리의 군비 태세는 주한미군만 쳐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영화 `남한산성`에는 청나라 군대를 피해 남한산성에 피신한 인조가 청군의 홍이포에 혼비백산해 결국 산성에서 나와 청태종에게 항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불과 40여 년 전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국토를 유린당했던 조선은 왜란이 끝난 뒤에도 군비를 강화하기는커녕 명나라만 쳐다보다 왕조 최대의 굴욕을 겪었다. 우리가 이번 사드 갈등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교훈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가 안보의 근본은 자주국방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wonny@mk.co.kr]